◆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기력한 일상을 살던 사람이 여성 정체성을 가진 컴퓨터 OS를 이성으로 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최근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한다는 로봇 `페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로봇은 적외선 센서 등을 활용해 사람의 감정을 측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눈은 그대로인데, 입만 웃는 모양을 하면 진짜 웃지 않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페퍼의 감정 인식 능력은 아직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학습기능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감정을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이해하는 로봇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톰처럼 사람과 친구가 되는 로봇 말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을 불편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본 적이 있나요? 이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l)`은 인간이 자신의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하자 이에 반항해 인간을 공격합니다. 이 밖에도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인간의 적이 돼 버린 로봇을 다룬 이야기는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 바탕에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인간보다 월등하게 일을 잘하는 로봇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 출발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1970년대 들어 `자동화`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로봇은 또다시 인간의 일자리에 치명타를 가합니다. 컴퓨터 정보기술은 사람이 수행하던 일의 전부 혹은 일부를 기계가 대신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영주들은 군소리 없이 척척 일 잘하는 기계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 탓에 사람 일자리는 많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기계로 인해 고용이 줄어 발생하는 실업을 기술적 실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계의 자동화ㆍ지능화가 가속화하면서 기술적 실업이 전반적인 노동 수요 감소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으로 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와 앤드루 매카피 교수는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라는 책에서 "지능형 소프트웨어가 자동적으로 업무를 인지해 수행하는 제2의 기계 시대가 오고 있다"며 "구글의 무인차, IBM의 왓슨 등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베네닉 프라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도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컴퓨터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500년 동안 기술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컴퓨터 자동화로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논문을 인용해 미국의 직업 중 47% 정도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단순 반복 업무가 주된 일자리는 이미 컴퓨터나 기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라는 인터넷매체는 `20년 후 사라질 직업`으로 △텔레마케터 △회계사 △소매점 판매 사원 △과학기술 전문 작가 △부동산중개인 △타자수 △기계 기술자 △비행기 조종사 △경제 전문가 △건강 관련 기술자 등을 꼽았습니다.
이런 우울한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로봇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직업도 많을 거라는 전망도 있지요.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기술 진보로 도입되는 기계를 생산하기 위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동시에 과거에는 없는 추가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견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어떤 미래가 오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일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로봇의 위협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최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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