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내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K사 대강당에는 입사 지원자 300여 명이 질서 정연하게 착석했다. 1차 서류전형 합격 후 모인 이들 앞에는 `매경TEST` 시험지가 놓였다. 입사를 위한 2차 필기시험을 매경테스트(이하 매테)로 치르기 위해서였다.
K사는 지난 21일부터 사흘에 걸쳐 매테로 입사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서류전형 합격자가 2100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부득이 응시일을 분산하고 오전ㆍ오후로 나눠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K사 인사팀 관계자는 "2010년부터 매년 매테로 입사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며 "신입 직원을 채용할 때 비즈니스 역량 평가가 최우선 항목인데 여러 시험을 검토한 결과 매테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업ㆍ마케팅 등 상경계직군뿐만 아니라 보험계리, 사내 변호사 등 모든 직군 지원자들이 매테에 응시한다"며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모든 직군 직원들이 경제ㆍ경영에 대한 현실감각과 사고력을 갖춰야 신속히 대응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용시즌을 맞아 매테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입사시험에 현실감각과 사고력을 중시하는 `실무형 문제`가 큰 폭 늘었고, K사처럼 아예 매테로 입사시험을 치르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중소기업중앙회, 증권업계 W사, IT업계 K사 등이 매테로 입사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매테는 특히 경제ㆍ경영이론뿐만 아니라 현실감을 강조한 시사ㆍ이슈,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사고력 문제를 고루 담고 있어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바라는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중견기업 2세 경영자는 핵심 인재 개발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매테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인사팀장은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자가 성장에 탄력을 줄 목적으로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인재 선발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비즈니스 역량을 평가하고 강화하기 위해 경제ㆍ경영ㆍ시사에 대한 감각과 이해도를 측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해 매테 도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인재 선발뿐만 아니라 관리ㆍ육성 차원에서도 매테를 활용하고 있다. 25일 매테 특별시험을 치르는 공기업 N사의 경우 승진 후보자들이 매테 고득점을 획득하면 가산점을 준다. N사 인사팀 관계자는 "승진 후보자와 자기계발을 원하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매테 특별시험을 치른다"며 "매테 성적이 650점을 넘으면 승진 평가 때 가산점을 준다"고 말했다.
IT업계 M사는 전 직원 인사평가에 매테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 현지법인을 포함해 200여 명에 이르는 사무직 전 직원이 다음달 매테를 치를 예정이다. M사 관계자는 "2011년부터 매년 매테를 치러 성적을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며 "매테의 가장 큰 장점은 경영에 대한 현실감각 육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사ㆍ이슈를 중시하는 매테 특성 때문에 직원들이 경영 관련 뉴스와 최신 트렌드ㆍ이론을 스스로 찾아 습득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통업체 H사는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 400여 명이 매테에 주기적으로 응시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도 매테를 치를 계획이다.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도입 후 반기마다 매테 특별시험을 치른다"며 "영어나 일반 상식보다 경제ㆍ경영 사고력 향상이 실무에 직접적 도움을 준다는 판단에 따라 매테를 적극 활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매테 성적에 따른 전 직원 순위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스터디그룹을 조직해 사내에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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