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비즈니스 사고력 측정시험 ‘매경TEST’ 제22회 정기시험을 치른 외국인 유학생 마크 파비안 하프너 씨(맨 왼쪽), 장카이 씨(왼쪽 둘째), 간볼드 치메드캄 씨(맨 오른쪽)가 지난 18일 고려대 교정에서 이국헌 경제학과 교수(오른쪽 둘째)와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충우 기자]
“다시 한 번 도전해 꼭 고득점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15일 시행된 국가공인 비즈니스 사고력 측정시험 ‘매경TEST’ 제22회 정기시험 고사장에 외국인들이 나타났다. 주변 응시자들은 ‘한국말도 서툴 텐데 고난도 경제·경영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라며 염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한글로 제시된 경제·경영 문제를 능숙히 풀어냈다.
주인공은 고려대 학부에서 유학 중인 마크 파비안 하프너(독일·28), 간볼드 치메드캄(몽골·24), 장카이(중국·21). 세 사람은 매경테스트(이하 매테)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험이었다”면서 “아주 신선했고 높은 점수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전공은 경제(간볼드, 장카이)와 경영(하프너)이다. 매테가 경제·경영에 대한 종합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은 “시험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장카이 씨는 “시간이 부족해 못 푼 문제가 꽤 됐다”면서 특히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한국 세법 관련 문제를 접하는 순간 완전 ‘멘붕’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프너 씨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간볼드 씨는 “고급스러운 단어가 많아 이해가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시험을 통해 경제·경영 공부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받았다는 것.
장카이 씨는 “시사적인 문제가 많이 나와 시험 공부를 위해서라도 실물경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려웠던 시험 문제 중 PBR(주가순자산비율)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정말 반가웠다”면서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동아리에서 배운 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 책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는 개념을 투자활동을 통해서 배웠고 시험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하프너 씨는 “이 시험은 개인적으로 큰 자극을 줬다”면서 “이번에 점수가 얼마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경제학 전공자라도 경영을 모르면 고득점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부의 폭을 더 넓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간볼드 씨는 “이번이 두 번째 시험인데 공부할 때마다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시험을 보다 마주치는 모르는 경제용어 등을 복습하기 위해 따로 메모지를 갖고 있었는데 감독관에게 제지를 받았다”면서 “엄격한 감독·관리를 통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는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매테를 잘 보기 위한 공부 도구로 꼽은 것은 역시 신문이었다. “시사가 많이 가미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세상 이야기를 잘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신문을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들을 가르치는 이국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신문을 수업시간에 자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론과 실제를 함께 가르치는 데 신문만큼 좋은 교재는 없고 학생들 집중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테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은 자국에도 이 시험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프너 씨는 “독일에는 이런 시험이 없다”며 “독일에서 시행하면 반응이 꽤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 같은 시험을 왜 봐야 하는지 몰랐지만 보고 나서야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본인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인정받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카이 씨도 “중국 역시 이 같은 비즈니스 사고력 측정 시험은 없다”면서 “중국 학생들에게 이 시험이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각자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장카이 씨는 “한국에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고, 독일에서 법학을 전공했던 하프너 씨는 유학기간이 끝난 후 “변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간볼드 씨는 “금융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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