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지난 3월 12일은 `월드와이드웹(WWW)`이 세상에 나온 지 25주년 되던 날이었습니다. 영국인 과학자 팀 버너스리가 25년 전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하면서 인터넷은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로 변모했지요. 이때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컴퓨터와 컴퓨터 간 네트워크였습니다. 그런 인터넷이 요즘은 어떻게 쓰이고 있나요?
네, 맞아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으로 확장됐지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컴퓨터 없이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컴퓨터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해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ㆍIoT)`이 바로 그거예요.
인터넷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과거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현재 모바일로, 그리고 앞으로는 사물인터넷으로 발전할 거예요. 사물인터넷은 주위 기기들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해요. 갑자기 나온 개념은 아니예요.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캐빈 애시튼 교수가 `IoT`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해요. 한때 유행했던 유비쿼터스(Ubiquitous), 지능형 통신망, 올 아이피(All-IP) 등이 모두 사물인터넷과 비슷한 말이에요. 사물인터넷은 사람들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돼요.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사물인터넷이 만드는 미래를 이렇게 묘사해 놓았어요.
"가정 주부가 기상할 시간에 맞춰 방안에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하고 그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눈을 뜬 주부가 `커피`라고 얘기하면 주방에선 커피가 만들어지고 간단한 아침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뒤늦게 일어난 남편은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며 준비된 커피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챙겨 출근길 자동차 운전석에 앉는다. 자동주행 모드를 선택한 자동차 안에서는 식사도 하고 신문도 읽고 웬만한 업무 준비도 가능하다. 회사에 근접해서는 자동차와 소통하며 주차 가능공간을 찾고 이미 도착해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근무하는 층으로 알아서 데려다 준다. 슈퍼마켓 진열장 센서가 `우유 부족` 정보를 보내면 목장으로 공급 요청이 즉시 전달되고 운반 식료품 신선도가 무선으로 관리되는 차량으로 공급받은 우유는 바로 슈퍼마켓 진열장에 채워진다.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냉장고에서 보내온 `우유 없음` 메시지를 보고 슈퍼에 들러 그날 도착한 신선한 우유를 구매해 귀가한다."
어때요? 근사하지요? 사물인터넷은 이처럼 우리 주위에 있는 다양한 기기들이 사람의 명령이 없어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척척 일을 처리해 주는 것을 말해요. 과거 손목시계는 그저 시간을 확인하는 기기였지만, 앞으로는 이용자 건강상태를 실시간 체크해서 알려주고 전화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기로 태어나게 될 거예요. 시스코라는 회사는 2020년에 약 500억대 이상의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될 것이라고 해요.
사물인터넷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주위 모든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편리해지는 만큼 사람들의 다양한 정보가 노출될 염려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예를 생각해 볼게요. 미래는 사물인터넷으로 각 가정이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된다고 해요. 맞벌이 부부인 A씨 가정도 네트워크를 통해 전력 사용이 분석되면서 더 값싼 상품을 이용할 수 있어요. 문제는 여기서 A씨 가정이 드러난다는 거예요. 전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A씨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언제 집을 비우는 지 등과 같은 정보가 생성되는 거죠. 당초 효율적인 전기 사용을 위해 사물인터넷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도둑에게 빈집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될 수도 있어요. 사물인터넷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보 보안과 인터넷 윤리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거예요.
[최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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