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요즘 신문을 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란 말이 많이 나와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오랫동안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릴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하죠. 재건축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리모델링이란 말은 좀 생소해요. 둘 다 지은 지 너무 오래돼서 살기 불편하기 때문에 집을 새로 짓는 것은 똑같아요.
하지만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큰 차이가 있어요. 재건축은 기존 구조물을 모두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거예요. 반면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나머지 부분만 새로 짓는 거예요. 사람으로 치면 뼈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심장 같은 장기와 혈관만 치료하는 거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왜 재건축을 안 하고 리모델링을 할까요?
재건축과 리모델링 모두 법에서 정한 기간이 넘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이를 건축연한 또는 가능연한이라고 해요. 그런데 재건축은 이게 아주 길어요. 아파트가 언제 준공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20년이 넘고, 1992년 이후 지은 아파트는 무려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법으로 정해 놓고 있어요.예를 들어 1980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연한이 20년이라 2000년부터 재건축을 할 수 있어요. 1986년에 지은 아파트는 30년이라 2016년부터 할 수 있죠. 그런데 1992년에 준공한 아파트는 가능연한이 40년이기 때문에 2032년이나 돼야 재건축을 할 수 있어요. 아파트 수명은 보통 40년으로 봐요. 물론 아파트를 짓는 기본 방식인 철근콘크리트 수명은 100년으로 훨씬 길죠. 그런데 이건 이론적인 얘기고, 실제 수도라든지 엘리베이터라든지 하는 설비 측면에서는 20년이 한계라고 봅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수도에서 녹물이 나온다든지, 하수구 물이 잘 안 빠진다든지,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선다든지 하는 일을 종종 경험했을 거예요. 엄청 불편한 일이죠.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된 지 15년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화장실, 주방, 창문틀, 엘리베이터 같은 설비가 낡아서 당장 사는 게 불편한데 재건축 가능연한인 40년까지 기다리기 힘든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선호하겠죠? 기본 골조는 수명이 훨씬 기니까 기본 골조는 남겨둔 채 벽을 부숴 공간을 넓히고 설비를 교체하는 게 리모델링의 기본이에요. 다른 장점도 있어요. 평균 3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사업기간도 1~2년으로 짧고, 3.3㎡당 비용이 300만~400만원 선으로 저렴해요. 재건축보다 절차도 간단하죠. 여기에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까지 허용했어요. 기존 층수에서 2~3층을 더 올려서 가구 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게 허용한 거예요.
만약 1000가구까지 아파트를 리모델링한다면 1150가구를 지을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150가구를 일반에 분양해서 기존에 살던 사람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죠. 리모델링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사업비를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해요. 리모델링 대상 공동주택은 전국에 550만가구 이상으로 추정돼요.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경기 분당에서는 6개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돼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리모델링을 해도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어요.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때문이죠.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가 승객을 더 싣기 위해 객실을 무리하게 수직증축했기 때문이란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건물의 기본 골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2~3개 층을 올리면 기존 구조물이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요. 안전을 무시하고 사업성만 따지다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돼요.
이런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 안전요건 강화 방침을 밝혔어요. 리모델링을 하려면 전문기관에서 구조 안전진단을 2번, 추가로 리모델링 전문기관에서 안전검토를 2번 받아야 해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증축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안전 문제로 수직증축 자체가 불가능해지면 리모델링 사업을 중단해야 해요.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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