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중학교 1학년인 김유진 학생은 며칠 전 신문에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증시에 상장한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처음에는 이 회사들이 사업을 잘해서 정부가 `상장`을 주는 것으로 알았어요. 하지만 기사를 읽다보니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공개(IPO)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증시 상장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유진이는 기업들이 IPO라는 것을 왜 하는지 궁금해졌어요. 자기 돈이 부족하다면 은행에서 빌리면 되지 왜 IPO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지난달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는 IPO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각각 연내 및 내년 1분기로 상장 목표 시한을 밝혔어요. 주식을 상장함으로써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수조 원에 달한다고 해요. 이와 비슷한 무렵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했다는 기사도 나왔어요. 이를 통해 알리바바가 조달할 수 있는 돈은 최대 25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여러분, 페이스북 아시죠. 약 2년 전 페이스북도 나스닥이라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164억달러(17조원)를 기업자금으로 얻었는데 알리바바가 그 기록을 갈아치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증시에 상장하려는 것일까요. 상장은 회사 주권을 매매 대상으로 하기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거래 대상 물건으로 등록하는 것을 뜻해요. 보통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나 코스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기업 주식을 올려놓는 것이죠. 영어로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기업공개라고 번역한답니다. 기업들이 IPO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은행에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특정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구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대규모 자금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는 IPO가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죠. 즉 상장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사 주식을 나눠주는 대가로 거액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에버랜드가 IPO 추진 이유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죠. 중요한 것은 회사 매출액이나 이익 수준, 사업 전망이 좋을수록 해당 주식은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IPO를 원한다고 어느 회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거래소가 규정하고 있는 몇 가지 자격요건에 부합해야 해요. 왜냐하면 부실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들어올 경우 그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거래소는 자기자본, 당기순이익, 매출액, 매출증가율 같은 여러 기준을 놓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검증된 기업들만 증시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일종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처음부터 부실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죠. 물론 상장심사를 통과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IPO를 통해 다수 투자자들의 돈을 받았으니 회사 주요 경영 상황을 수시로 외부에 공개할 의무가 생기게 돼요. 상장기업이라면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거래소가 요구하는 서식 요건을 갖춰 공시를 해야 합니다. 이를 수차례 소홀히 하게 되면 자칫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어요.
이런 공시의 불편함 때문에 처음부터 IPO 자체를 꺼리는 회사도 많답니다. 기업 속내를 일일이 외부에 공개해야 하고, 자칫 주주들로부터 사업상 간섭을 크게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회사가 장래를 위해 특정 분야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주주들 반대에 가로막힌다면 난감한 일이겠죠. 최근에는 은행들 간에 경쟁이 심해져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도 가능하니까 주주 간섭을 피하려는 회사들은 IPO를 더욱 꺼리게 되겠죠. 결국 기업들은 IPO에 따른 득실을 철저히 따져본 뒤 그래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면 그제서야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하게 됩니다. 삼성SDS도 IPO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하네요.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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