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내 탓` 하는 사람, `남 탓`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 탓 하는 사람은 큰 기회를 잃는 겁니다.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것이니까요."
국내 최대 화장품 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69)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역설했다. 최근 숙명여대에서 열린 `매경 CEO 특강`에 나선 이 회장은 먼저 `내 탓`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기 상황을 냉철히 파악할 수 있는 분석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재 상황이 편안해 안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세 가지 사례는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본인이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들춰내기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사례라면 공부를 더 많이 하거나 주위에 물어서, 두 번째는 적극적으로 개선 가능성을 모색해서, 세 번째는 용기를 갖고 최대한 빨리 공개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코스맥스 실제 사례도 보여줬다. 코스맥스는 1992년 설립된 이래 20여 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외부에서 보면 탄탄대로를 걸은 것 같지만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고 이 회장은 회고했다.
첫 위기는 회사 설립 직후에 맞았다. 그는 "사실 코스맥스는 일본 업체와 제휴해 `한국미로토`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지만 연구소장 선임 문제로 갈등을 겪게 됐다"며 "일본 측에서 자사 기술력이 있는데 왜 한국에 연구소장을 둬야 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한국에 연구소장을 두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고 결국 제휴 파기를 통보받았다. 그는 "설립 초기 일본 기술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단을 내렸다"며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결국 회사를 급성장시킨 중국 진출을 바라던 그림대로 할 수 있어 큰 기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도 큰 고통이었다. 이 회장은 "그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최소 생산수량 철폐 등 고객사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덕분에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생겼고 고객사 신뢰가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오재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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