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들은 개념 이해력이 강하고, 중국 대학생들은 응용력이 강하다."
국가공인 `매경TEST`로 한국과 중국 대학생들의 경제·경영 역량을 측정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전반적인 성적은 한국 대학생들이 높았지만 분야별로 살펴보면 중국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응용력이 뛰어났다.
매일경제 경제경영연구소는 매경테스트(이하 매테)로 양국 학생들의 경제·경영 역량을 측정해 `한·중 대학생의 경제·경영 이해력 비교(김재진, 최병일, 오재현)` 논문을 발간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경제 공동학술대회`에서는 국내 경제학계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대학생들에 대한 매테 시험은 작년 6월 시행됐다. 중국어로 번역된 `제1회 MK-TEST 차이나`에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상하이 푸단대, 장쑤성 난징재경대, 저장성 닝보대 등 현지 주요 대학 3곳 400여 명이 응시했다. 한국의 경영·경제 관련 국가공인시험이 `중국어판`을 만들어 중국인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른 것은 처음이었다. 국내에서 매테를 치른 한국 대학생들 성적과 이 결과를 비교했다.
한국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 등 목적성을 가지고 응시한 반면 중국 대학생들은 본격적인 준비 없이 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반적인 성적은 한국 학생들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답률이 경영 분야에선 17.3%포인트, 경제 분야에선 12.7%포인트 높았다. 특히 경제 분야 `개념` 이해력에 대한 정답률은 한국이 20.6%포인트나 높았다.
하지만 응용력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중국 정답률이 4.8%포인트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 학생들은 특히 자국 경제 정책이나 제도·환경에 대한 정답률이 한국보다 높았고, 중진국의 성장률 정체를 이슈로 삼은 `루이스 전환점` 문제에 대한 정답률은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아울러 중국 학생들은 국내총생산(GDP)과 기본적인 거시지표 관련 문제 등에 강점을 보였다. 이와 관련한 문제 정답률은 중국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대신 중국 학생들은 환율 등 국제 경제 관련 문제에 취약점을 노출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환율제 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의 첨단을 보여주는 문제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기업활동과 미시경제 관련 문항에 강세를 보였다.
이번 학술대회 내 경제교육학회 세션에서 논평을 맡은 김진영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과목과 영역별 비교 자료를 보니 생활 속에서 시장경제에 노출된 정도가 경제·경영을 배우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중국 대학의 경제 교육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큰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를 보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개념을 강조하는 교육을 시킨 것은 아닌지 하는 인상도 받았다"며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거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손정식 한양대 명예교수는 "경제·경영 이해력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는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학계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매일경제신문이 이러한 연구에 앞장서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들 역시 "중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어 평소 중국의 경제·경영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논문이었다"고 전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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