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도 하고, 휴가도 가고, 졸업도 하고.` 도입 6년이 돼 가는 경제·경영 사고력 시험인 매경TEST가 만든 우리 사회 새로운 풍속도다. 일개 시험을 통해 승진·휴가·졸업이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그만큼 매경테스트(매테)의 사회적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 이 같은 모습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나비의 날갯짓`처럼 매경테스트발(發) 신풍속도가 우리 사회에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
◆ 직장인들 "승진을 위하여"
지난해부터 매경테스트를 인사평가 도구로 도입한 SK해운에서는 매경테스트 시험만 다가오면 사내 분위기가 살짝 바뀐다. 승진에 필수가 된 매테 준비를 위해 곳곳에서 `열공 모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SK해운에서 요구하는 매테 성적 기준은 국가공인 점수보다 훨씬 높은 800점이다. 현역 대학생들도 받기 까다로운 점수지만 SK해운 직원들은 내부 `생존`을 위해 열공할 수밖에 없다. 업무 외 일이라 고단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게 내부 평가다.
SK해운 관계자는 "해운업 특성상 글로벌 경제에 관한 이슈와 현상을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내부적으로 매테 기준 점수를 800점으로 잡은 것은 이런 면을 충족해줘 업무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높은 기준을 설정한 데 따른 목표의식 때문인지 SK해운 직원들은 매테 정기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26회 매테 시험에서 SK해운 직원들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수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개인전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했고, 단체전에서도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매경테스트 사무국에 따르면 승진을 위한 내부 평가용으로 매테를 도입하는 기업이 매년 20%씩 늘고 있다. 유니클로 남동발전 대명그룹 등에서 직원 승진용으로 매테를 활용하고 있다.
◆ 군인·의경 "매테 응시하고 휴가 가자"
매경테스트 응시 경향 가운데 또 다른 특징은 군인과 의무경찰 바람이 거세다는 점이다. 이들의 응시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성적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군인과 의경들 평균 성적은 지난해 2월 19회 정기시험부터 이번 26회 시험까지 줄곧 국가공인 점수인 600점을 넘었다. 지난 22회 시험 때는 전체 평균보다 이들의 평균이 80점이나 높았다.
그러다 보니 매번 성적 우수자 가운데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23회 시험에서는 부평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원빈 의경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원빈 의경은 매경이 주관한 이스라엘 창조경제 탐방 에세이 콘테스트에서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경찰서 소속 이선우 의경은 26회 시험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의경은 각 지방경찰청 재량에 따라 매테 공인점수 600점을 넘으면 휴가를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의경 복무 중 매테 응시는 특별한 인센티브를 함께 제공받는 기회가 되고 있다.
◆ 대학 졸업도 매테로
대학가에서는 취업 준비뿐만 아니라 졸업을 위한 수단으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매테 성적으로 졸업논문을 대체할 수 있게 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졸업논문을 쓰는 데 드는 시간을 아끼는 대학이 늘고 있다.
취업 준비와 졸업을 위해 매테 고득점 획득이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으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돼 버렸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동국대 강원대 숭실대 등 일부 학과에서 매테 점수로 졸업논문을 대체하고 있다. 각 대학에서 정규과목을 개설해 정식 학점으로 인정하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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