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스라엘 창조경제 콘테스트` 수상자인 이원빈(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휴학) 박주철(경희대 경영학부 4학년) 양동민 씨(경희대 경영학부 4학년·왼쪽부터)가 지난달 25일 현지 라디오 방송인 `보이스 오브 이스라엘(Voice of Israel)`에 출연해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정오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 중심가에 있는 로스차일드 거리(Rothschild BLVD). 뙤약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 모습에 활기가 넘쳤다.
매일경제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창조경제 콘테스트` 수상자로 선발된 박주철(경희대 경영학부 4학년) 양동민(경희대 경영학부 4학년) 이원빈 씨(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휴학)는 이 거리를 휘감고 있는 이스라엘 창조경제 정신을 직접 체험했다.
면적 52㎢인 텔아비브시에는 스타트업 1200여 개가 밀집돼 있다. ㎢당 23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한다. 특히 로스차일드 거리에는 이들 스타트업 중 3분의 1가량이 몰려 있다. 이처럼 높은 밀집도가 이스라엘의 창조 정신을 만들어낸 비결 중 하나라고 텔아비브시 관계자는 설명한다.
한나 콘피노 텔아비브시 국제 언론 담당 매니저는 "좁은 공간에 많은 스타트업이 모여 있다 보니 서로 `연결(connecting)`되기가 쉽다"며 "이 거리를 감싸고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서로 다른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우연히 만나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커피숍이나 공원 벤치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창조·혁신적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구가 800만명인 이스라엘은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창업 초기부터 외국 진출을 생각한다. 내수시장을 두고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게 되고,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아이템들을 서로 합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connecting the dots(점들을 잇는 것)`에 대한 의미를 여기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양씨는 말했다. 양씨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점들이 하나로 이어지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고 창조가 이뤄진다"며 "이스라엘에 오기 전에는 창조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쉬운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0~28일 진행된 이번 탐방에서 수상자들은 스타트업 양성 기관, 현지 기업 등을 직접 방문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현지 기업 `파이버(fiverr)`는 모든 제품·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5달러에 팔고 있었다. 예를 들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가 파이버 사이트를 통해 100단어 번역에 5달러를 받겠다고 올려 놓으면 원하는 수요자가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리론 스맛자 마케팅 매니저는 "파이버가 강조하는 가치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마라(Take risks) △경계를 두지 마라(Have no boundaries) 등으로 5달러에 거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위험을 피하지 않고 맞서 감수하려는 이스라엘 기업가 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박씨는 "이스라엘 기업가들은 실패를 즐기는 것 같다"며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는 한국과 달리 실패를 발전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 사고는 배울 점이 많다. 이들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도 더 큰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예루살렘에서 만난 베스트셀러 `Start-up Nation(창업국가)` 저자 사울 싱어는 위험 감수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바로잡았다. 그는 수상자들에게 "위험 감수라는 표현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willing to take risks)`가 기업가 정신을 더 정확히 드러낸다"며 "쓸데없는 위험까지 부담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타트업 천국이 되기 위해 국가 전체 문화를 바꿀 필요는 없다"며 "이스라엘 로스차일드 거리처럼 일부 지역을 특화하고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이들에 투자하기 위해 국제 벤처캐피털(VC) 자금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외국 스타트업들도 그 나라에 몰려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울 싱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해 국제 VC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는 초입 단계다. 한국이 국가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성공 판정을 받으려면 외국 스타트업들도 한국에 몰려드는 현상이 확인돼야 한다.
이씨는 한국과 이스라엘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웃 국가 위협 때문에 징병제를 유지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인적 자원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는 점은 참 비슷하다"면서도 "이스라엘에는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고 유럽계, 아랍계, 러시아계 등이 한 나라 안에서 함께 살기 때문에 갈등이 많지만 자유롭게 자기 주장을 드러내고 토론하는 방식이 창조 정신을 일구는 토양이 되었다. 다양성이 모여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이스라엘은 `다르다`를 `틀리다`로 말하는 한국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서 만난 이건태 주이스라엘 한국대사는 "양국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과연 이스라엘 모델이 한국에 적합한가`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무작정 이스라엘식이 좋다고 하지 말고 한국인 눈으로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8월엔 상하이 금융탐방
`매경TEST` 성적과 에세이 심사를 통해 선발된 수상자들은 지난달 20~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예루살렘, 하이파 등을 직접 방문해 현재 대학, 기업, 연구개발(R&D)센터 등 창조경제 현장을 시찰하는 혜택을 누렸다. 현지에서도 이번 탐방단에 높은 관심을 보여 라디오 방송 `보이스 오브 이스라엘(Voice of Israel)`에 출연해 한국 상황을 전달했다.
8월 24~28일에는 `매경TEST 글로벌 금융허브 탐방단`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다. 취업준비생들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는 18일 시행되는 매경TEST 성적과 면접을 통해 탐방단 참가자를 선발한다. 자세한 사항은 매테 홈페이지(mktest.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텔아비브·예루살렘·하이파(이스라엘) =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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