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토플eBAT / ① 왜 eBAT인가 ◆
지난 17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시행된 `글로벌 경제토플` eBAT에 응시한 현지 기업·대학 직원과 대학생들이 문제 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수도` 호찌민시 중심에서 차로 1시간 반 남짓 걸리는 꾸찌공단. 면적만 28만3000여 ㎡에 이르는 드넓은 한세실업(베트남법인)이 있는 곳이다.
지난 17일 이곳 교육실에 모인 베트남 현지 직원 70여 명은 매일경제가 개발한 `글로벌 경제토플` eBAT(Economy & Business Aptitude Test)에 응시했다. 한세실업 현지 인사 담당자는 이번에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의 성적표를 일괄적으로 받아 베트남 직원들의 직무 역량을 평가할 예정이다.
국경을 넘어 경제·경영 역량을 측정하는 eBAT에 여러 해외 진출 기업의 관심이 뜨겁다. 현지 임직원 채용·평가 시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줄 잣대가 없어 골머리를 앓던 여러 업체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타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이 왕왕 털어놓는 애로사항은 "현지인 사무직 직원 채용 시 역량을 평가해 주는 객관적 기준이 마땅히 없고, 뽑고 나서도 이들의 강·약점을 파악할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A사의 베트남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법인장은 "현지 직원들 역량을 정확히 평가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사업 효율이 개선될 텐데 그런 도구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하노이, 17일 호찌민에서 열린 `eBAT 베트남` 고사장에도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 애쓰는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한세실업 외에도 우리은행, 롯데마트, 한국투자증권 등이 20~30명을 이번 eBAT에 단체로 응시하도록 하며 직원 역량 측정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베트남 유수 대학들의 이번 eBAT 참여가 두드러졌음은 물론이다.
국내 국가공인 경제·경영시험인 `매경TEST`를 기반으로 개발된 eBAT는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 경영학이론, 마케팅, 재무이론, 세무회계 등 경제·경영 전 분야를 망라한 비즈니스 실무역량 평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임직원 직무평가에 안성맞춤인 기준을 제공하고 있어 젊은 현지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응시자 본인도 실무에 유용한 경제·경영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평가다.
실제 자사 직원을 eBAT에 참여시킨 권혁태 우리은행 하노이지점장은 "현지 직원들은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험이라는 평가를 내놓더라"며 "비즈니스 적성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eBAT는 금융사들이 원하는 인재를 선별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eBAT에 응시한 하노이 롯데호텔 소속 팜투짱 씨(23)는 "폭넓은 지식과 사고력을 갖춰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 기업 또는 외국계, 금융사 등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감을 건넸다.
eBAT는 앞으로도 다양한 해외 기업과 대학들을 찾아 직접 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일단 단체응시 기업이 자사 현지 직원들의 경제·경영 지식 수준에 맞게 시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미 지난 15일과 17일 치러진 eBAT 베트남 시험은 응시자 수준에 따라 `베트남어 중급(Intermediate)`과 `베트남어 고급(Advanced)`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실시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매경테스트(매테) 특별시험처럼 기업 측 요구사항에 맞춰 시험 문항을 탄력적으로 구성해 해당 기업을 위한 맞춤형 eBAT를 꾸미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응시 업체는 직접 자체 개발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 모두를 절약할 수 있고 공신력과 객관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문항 개발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인 `철저한 현지화` 문제를 eBAT가 도맡아 해결해준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eBAT는 해외 현지 경제·정치 실정에 알맞은 시험을 꾸리는 현지화 프로세스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다. 당장 eBAT 베트남 시험은 문제 선정에서부터 번역, 감수에 이르는 전 과정이 베트남 현지인과 전문가그룹의 세심한 손길을 거쳤다.
앞으로 치러질 eBAT 상하이와 eBAT 캘리포니아도 마찬가지다. 각 지역에 적합한 현지화에 가장 주안점을 두어 개발될 예정이다. 이미 eBAT 상하이와 eBAT 캘리포니아의 문제 출제 작업이 착수된 상태다.
eBAT는 앞으로 교육기관과 협력해 온라인 교육 체계까지 갖출 예정이다. eBAT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학생과 직장인들은 훨씬 더 용이하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 해외 진출 국내 기업들과 금융회사들도 eBAT를 직원 채용과 직무평가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폭넓은 사고력과 지식을 평가하는 기능에 최선을 다한 덕에 직원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물론, 좋은 소양을 잘 발굴해내는 데도 안성맞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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