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토플 eBAT ③ 창업 메카 이스라엘 명문 히브리大 학생들도 응시 ◆
이스라엘 예루살렘 소재 히브리대(마운틴 스코푸스 캠퍼스)에서 개최된 이스라엘 eBAT에 응시한 학생들이 시험 문제 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히브리대]
지난달 14일 이스라엘 현지 최고 명문 대학인 히브리대(예루살렘 소재 마운틴 스코푸스 캠퍼스) 내 한 교실에 재학생, 창업·취업 준비생 등 50여 명이 모여들었다. 매일경제가 주관하는 `글로벌 경제토플` eBAT(Economy & Business Aptitude Test)에 응시하려는 학생들이었다. 시험 시작 신호에 맞춰 문제지를 펼치는 응시자들 얼굴에 약간의 호기심과 긴장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창조경제` 선진국 이스라엘에서도 글로벌 경제·경영 역량 평가시험인 eBAT가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인구당 스타트업이 제일 많은 국가로, 지난해에만 1400여 개 스타트업이 새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왕성하다. 그런 만큼 `글로벌 경제토플`로 나아가는 eBAT가 지난달 베트남에 이어 이스라엘에서도 둥지를 튼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시험 당일 히브리대는 한창 기말고사 기간이었음에도 `창업국가` 최고 대학 명성에 걸맞게 많은 학생이 낯선 eBAT에 큰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
이스라엘 응시자들이 낸 답안지를 가채점한 결과 평균 성적은 100점 만점에 37.9점으로 나타났다. eBAT 채점을 담당한 매경TEST 사무국 관계자는 "이스라엘 eBAT는 베트남보다 난도가 조금 더 높았고 비상경계 응시자가 많아 기대보다 평균 성적이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과목별로는 금융 분야 정답률이 45%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경제 40%, 경영 28% 순이었다. 영역별로는 사고력 부문 정답률이 40%로 나타났으나 지식 부문 정답률은 35%로 나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번 이스라엘 시험을 주관한 아이라 라이언 히브리대 교수는 "국제적 비즈니스를 펼치고 싶어하는 이스라엘 학생들에게 앞으로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경제 관련 과목이나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eBAT가 충분한 잣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BAT와 더불어 실시된 `경제의식 설문조사`에서 이스라엘 청년들은 한국 청년들과 사뭇 다른 의식을 드러내며 창업국가 명성이 헛되이 쌓인 게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선 향후 어떤 길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려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32.3%가 `자영업 및 창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나란히 다음 순서를 차지한 대기업 취직(28.6%), 공무원(21.4%)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지망하는 인원은 3.6%에 불과했다.
창업에 대한 자신감도 드높았다. 본인이 창업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자신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매우 높다 25%·높다 43%)는 답을 내놨다. 성공 확률이 `낮다`고 답한 사람은 4%에 불과했고 `매우 낮다`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같은 청년층의 자신감은 창업을 희망하는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도전정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또는 `창업의 성공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고 창업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8명(각 42.9%)이었다. `정부의 지원`이나 `취업 곤란` 때문에 창업을 고려하겠다는 이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라이언 교수는 "이스라엘에선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 설립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기관)가 여럿 있으며, 히브리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학생들의 창업 꿈을 시작점부터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런 여러 지원이 학생들로 하여금 `이스라엘 드림`을 꿀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의식은 이스라엘 경제 전망에도 반영돼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 경제 전망을 낙관적(매우 낙관적 21.4%·대체로 낙관적 32.1%)으로 바라봤다. 그저 그렇다는 답이 4분의 1을 차지했으며 비관적 생각은 10명 중 2명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었다.
기업이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활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42.9%가 `기술 개발`을 꼽았으며, `일자리 창출`을 고른 이는 14.3%에 머물러 기업에 대한 시장친화적 시각이 엿보였다. 또한 자신이 맞닥뜨린 경제적 현실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에는 자기 자신을 꼽은 비율(28.6%)이 부모·국가를 꼽은 비율과 같았으며, 기업의 도산은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닌 경영자 탓(78.6%)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아 `자기의 성공·실패는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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