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명그룹 승진 대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경TEST에 응시하고 있다. 대명그룹은 승진 대상자 전원이 매경TEST를 치러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해야 승진할 수 있다. [매경DB]
"식당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직원도 다 책임자가 되고 관리자가 됩니다. 직무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경제·경영 상식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매경TEST를 승진시험에 도입해 직원들이 경제를 알게 된 점은 분명히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안영혁 대명레저산업 대표는 웃으며 매경테스트(매테) 도입 성과를 설명했다. 안 대표는 "평소에도 직원들이 경제를 공부하며 지식을 쌓고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매테를 인사 평가에 도입한 기업들이 호평을 보내고 있다. A보험사에서만 총 5000여 명의 인원이 입사시험을 치렀다. N투자회사, B금융회사 등 기업에서 특별시험을 치른 인원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만 수천 명에 이른다. 채용, 승진, 사내교육 등 적용하는 범위도 다양하다.
2015년 매테를 도입해 3년째 승진에 반영 중인 대명그룹은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사례다. 대명그룹의 승진 대상자 100%가 한곳에 모여 시험을 치른다. 매년 수백 명에 달한다. 조리, 프런트 접객, 시설 등 언뜻 경제·경영과 관련 없어 보이는 직무도 예외는 없다. 직급이 올라가길 원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경영 지식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안 대표는 "시험 성적은 직무별로 비교하기 때문에 상경 계열 출신이 승진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며 "스포츠나 식품·음료, 어학 등 경제나 경영을 전공하지 않은 직원이라고 경제지식이 필요 없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일반 상식 이상의 지식을 매테를 통해 보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명그룹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승진시험 전에 2박3일간 직원을 상대로 합숙교육을 마련한다. 자체 사이버교육 포털인 `스마트 플레이`를 통해 매테 동영상 강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양방향을 활용한 교육으로 승진 대상자의 비즈니스 사고력을 향상시킨다.
전창희 대명레저산업 인사관리팀장은 "경영과 상관없는 직원끼리 밥을 먹다가도 어떻게 해야 동기부여가 된다며 리더십과 관련된 얘기를 한다"며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어보니 저번 매테 강의에서 배운 내용이라고 해 놀랐다"고 전했다.
많은 기업 인사 담당자가 인사평가 도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임직원 실무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향상시키면서도 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사원의 퇴사도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꼭 막고 싶은 상황이다. 인력 배치에 차질이 생기고, 교육에 들어간 비용도 허공으로 날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채용 전형에 매테를 활용하는 기업은 이러한 신입사원의 퇴사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기본적인 경제·경영 직무 역량이 검증되기에 사내교육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사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공인 자격증으로서 공신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경제·경영 지식을 측정해 임직원의 역량을 함께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영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문제도 출제된다.
대명그룹 역시 처음 매테를 도입한 것은 관리자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 2015년부터 인사관리 시스템을 직책제로 전환하며 매테를 승진시험에 도입했다. 조직 변화에 발맞춰 인사 평가를 보다 정밀하게 진행하려는 목적이다.
전 팀장은 "기존 승진 심사는 인사고과에 360도 다면평가 점수, 수상 내역 등을 고려해 진행됐다. 여기에 관리자의 지식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매테를 추가한 것"이라며 "여러 평가 요소 중 매테가 30%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테가 직원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은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기업에서 진행하는 특별시험 결과를 분석하면 점수와 직급이 정비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다양한 시사 이슈에 대한 이해와 사고력, 판단력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고,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매테 사무국 관계자는 "회사별로 시행하는 특별시험은 회사가 원하는 대로 난도나 출제영역·비중 조절이 가능하다"며 "각 회사 업종에 최적화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도 특별시험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매테 반영법은 회사에 따라 다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득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 최소한의 점수를 충족해야 승진이 가능한 방법 등 각양각색이다. 업종에 따라 모두가 최소한의 비즈니스 사고력이 필요한 곳, 우수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으려는 곳 등 원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급에 따라 필요한 점수를 다르게 설정하는 회사도 있다.
전 팀장은 "일선에서 서빙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해서 경제 변화와 관계없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며 "앞으로도 매테를 중요한 승진 요건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