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올 들어 처음 시행되는 국가공인 경제·경영시험 `매경TEST`를 안내하는 포스터를 수험생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경제학과 학생 10명 중 9명이 매테를 알고 있으며 많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안도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3학년)
"사내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 선발자를 봤더니 매테 고득점자가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김인철 아세아시멘트 인사팀 과장)
"직접 매테 시험 문제와 공식 교재를 읽어봤는데 내용이 좋아 도입했습니다." (최도성 가천대 부총장)
지난해 국가공인 경제·경영시험 `매경TEST`에 많이 응시한 기업·대학 측 반응이다. 매경테스트(매테) 제39회 정기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취업·승진을 비롯해 다양한 목표를 가진 수험생들이 매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임직원의 직무 전문성·업무 역량 향상을 당면 과제로 둔 기업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승진 평가와 사내 MBA 진학자 선발에 매테 정기시험 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원래 자체적으로 출제한 상식시험을 활용했지만 출제, 공정성 확보 면에서 애로사항이 있어 매테를 도입하게 됐다.
김인철 아세아시멘트 과장은 "자체 시험은 공정성·변별력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시행하기 힘들었는데, 매테 도입으로 목적했던 바를 달성하고 있다"며 "올해도 이전처럼 매테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 MBA 대상자로 뽑힌 이들 중에서 유독 매테 고득점자가 많이 나왔다"며 "매테 응시가 경제·경영에 대한 심화 공부로 연결돼 자연스레 MBA 대상자로 선발될 만큼 좋은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아프로서비스그룹은 `공부하는 사내 문화` 조성에 매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임직원의 개별적 자기 계발 차원에서 매테 응시를 독려하고 있으며, 국가공인점수(600점 이상) 획득자에게는 응시료를 직접 지원해준다.
서현진 OK저축은행 인재개발팀 대리는 "평소 경제·경영과 시사 공부 필요성을 느꼈지만, 업무에 쫓겨 미처 손을 못 댔던 이들이 매테 응시로 공부를 본격 시작하곤 한다"고 전했다.
유니클로(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와 SK해운도 승진 평가 대상자가 매테 정기시험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3년부터 과장급인 매니저 승진 조건으로 600점 이상의 매테 점수를 반드시 따도록 하고 있으며, 이 기준에 미달하면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다. SK해운은 한발 더 나아가 국가공인점수보다 훨씬 높은 800점을 승진 평가 만점 기준선으로 내걸고 있다.
홍성호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는 "직급이 올라가 책임이 커질수록 유니클로 사업의 근간인 매장에 대한 경영 감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매테 600점은 이를 평가하는 일종의 척도로, 쉽지 않지만 그 점수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대표는 "시험 준비를 위해 스터디 모임이 심심찮게 꾸려지고, 선후배가 시험 노하우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기대 이상의 친목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역 대학생도 받기 까다로운 점수를 내건 SK해운에서도 여러모로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해운 관계자는 "해운업 특성상 글로벌 경제 현상과 관련 이슈를 반드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기준 점수를 800점으로 잡은 것은 이런 면을 충족해줘 업무에 실질적 도움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도 학업에 더해 새로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가천대에서는 오는 1학기부터 `경제경영콘서트`란 이름 아래 매테 기반 수업을 2학점 정규 과목으로 도입한다. 서울시립대도 이미 이번 겨울방학 기간 중 매테 자격증 대비 특강을 개설했으며, 특강 수료 학생들이 1월 정기시험에 응시하도록 했다.
최도성 가천대 부총장은 "재학생들이 경제·경영학의 기본을 알게끔 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두 과목을 기초적으로 가르치는 수준의 교양 과목을 도입하게 됐다"며 "매테 시험 문제와 공식 교과서를 모두 훑어봤는데 내용이 참 잘 쓰였다고 느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학생들에게 경제·경영을 재미있게 풀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도입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경제·경영 비전공자는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채용 시장에 나가는 경우가 있다. 심하면 신문도 못 읽는 이들이 입사 시험 문제를 못 풀 거란 건 당연한 일"이라고 우려하며 "취업이란 결국 본인이 한국 경제 사회에 편입되는 것인데,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그 일원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국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수업의 일환으로 매테 응시를 종종 권유하고 있다. 평소 강의에 경제신문을 부교재로 활용해 수업 시간의 20% 이상을 경제기사 읽기에 할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교수는 "강의가 이론에 쏠리는 경향이 많다 보니 경제·경영을 전공했다는 학생들도 실용경제와 경영 현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가령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가격이 하락한다는 건 교과서를 달달 외워 알지만, 정작 시장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하락하는가와 같은 메커니즘은 모른다"며 "학생들이 매테에 응시한다면 이를 계기로 신문을 읽게 되고, 강단 바깥의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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