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고용세습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용승계 문제를 엄중히 보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는 사실 조사를 확실히 하고 내용을 보고 조사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미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비리와 관련해 대응방안 검토를 내부적으로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도 실효성은 의문이다. 친·인척 관계가 개인정보로 분류돼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접근 권한을 확보해 놓지 않는 이상 기재부는 공공기관이 제출한 자료로만 조사할 수밖에 없어 `깜깜이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이미 작년에도 기재부 주도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개인정보인 친·인척 채용 등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무 관계자는 "친·인척 문제는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서류상으로 제출된 것만 봤다. (서류나 문서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개별 공공기관이 친·인척 채용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자료를 제출한다면 손쓸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99.8%가 응답했다는 서울교통공사의 `가족 재직 현황` 조사가 대표적이다. `깜깜이 조사`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작년 기재부 전수조사도 이런 자료에 기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사는 설문의 응답률이 99.8%라고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11.2%라고 맞서고 있다. 또 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지만, 이 명단을 작성한 인사처장 아내의 이름은 누락되고 다른 사람의 이름이 중복 기재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초부터 기재부 내에 윤리경영과가 신설돼 공공기업 비리를 단속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지만 공공기관 조사 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우리가 하겠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김태준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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