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고용세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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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고용세습·채용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노조가 개입해 문제를 일으킨 과거 채용비리 사건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논란은 노조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경영진 등 고위층이 연루된 채용 비리 사건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친·인척 직원 규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공사 측은 "전 직원(1만7084명) 중 99.8%가 응답한 자체 조사 결과 총 1912명(11.2%)이 친·인척 관계이고,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에는 108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나 조사 이후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 채용 특혜 △노조의 조직적 개입 △대가성 금품 거래 등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그동안 노조 개입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종종 있었다. 울산지검의 수사지휘를 받은 울산해경은 지난 10일 노조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구직자와 실업자를 상대로 금품을 뜯어낸 울산 온산항운노조 간부 조 모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인천지검은 2017년 2월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대 금품을 챙긴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 노조지부장 등 전·현직 노조 간부 17명을 기소했다. 또 2005년 5월 울산지검은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받은 현대차 노조 전·현직 간부와 조합원 등 16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2005년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한 `부산항운노조` 사건도 대표적인 노조 개입 채용비리 사건이다. 당시 부산지검은 같은 해 3월 채용 대가로 뒷돈을 챙긴 박 모, 오 모 전 부산항운노조위원장 등 54명의 비리를 적발해 34명을 구속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노사 단체협약의 `고용세습` 조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용세습이 엄연한 불법임에도 정부가 `노사 자율` 원칙을 고수하며 시정 명령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노동위원회가 고용세습 단협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린 사업장은 단 1곳에 불과하다.
한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고용정책기본법에 `근로자 가족 우선 특별채용 금지` 규정을 넣으려다 좌절됐는데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조속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도 단협에 `친·인척 우대` 등 차별 조항이 있는 사업장을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2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총파업 돌입을 선포하고, 27일 청와대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와 총파업 수도권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연례행사처럼 올 11월 21일 시작되는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실제 큰 규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규모가 큰 사업장인 현대·기아차에서 이미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한 데다 파업을 결행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대기업 정규직들이 주를 이루는 민주노총이 파업을 강행했을 때 돌아설 여론도 부담이다.
[송광섭 기자 / 최희석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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