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고용세습 ◆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특별경력 정규직`으로 지난 8월 고용흡수된 한국기술자격검정원 직원 68명 가운데 무려 6명이 공단 전·현직 간부들의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확대 방침을 지휘하며 `정규직 전환` 실적 압박을 받고 있던 부처인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세습 의혹의 불길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남동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과 경남도 산하 공공기관 12곳 등 연일 공공기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인력공단이 감사원 지적으로 문을 닫은 검정원 직원 가운데 68명을 경력직으로 흡수 고용한 가운데 이 중 8.8%에 해당하는 6명이 인력공단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또는 조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중 5명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기관 현역 1급 고위직 공무원들과 명예퇴직자들이 자신의 자녀와 조카를 정규직으로 꽂은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같은 고용세습 정황의 배경에는 인력공단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인사 개입이 자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감사원 지적을 받은 검정원을 기관 폐쇄하면서 이곳의 직원 85명을 산업인력공단 경력직으로 채용하라고 지난 6월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인력공단 공채 경쟁률이 80대1 수준에 달하는 곳인 만큼 당초 공단은 검정원 직원들을 재고용하는 것을 망설였다"며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정규직 채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다. 결국 공단 노조 측 항의가 거세져 신규 채용 인원에 별도의 경력직군을 따로 설립해 채용을 단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고용 흡수` 방침 아래 인력공단 일부 간부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임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공정한 청년 고용을 보장해야 할 주무 부처로, 산하기관의 권력형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단행해야 한다"며 "지난 6월 고용노동부 공문이 내려왔을 때부터 인사 개입과 채용 비리 의혹으로 문제시된 사안인데 아직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고용세습이 점화되지 않았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공단 측은 "검정원 근로자들이 검정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데다 고용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어 경력직으로 재고용을 한 셈"이라며 "채용 비리에 연루된 것이 확인되면 직권면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후 채용 절차를 진행했고 현재 울산지방경찰청에서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특별감사를 진행해 검정원의 부적절 채용 115건을 포함한 감사 결과 전체를 인력공단에 전달하며 채용 비리자를 채용에서 배제할 것을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고용세습 의혹은 정부 부처를 넘어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이날 경남도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경남도 산하 12개 공공기관이 40명의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채용 비리에 개입한 임직원들에 대해 훈계나 주의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고, 3건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남동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도 고용세습 의혹 당사자다. 가스공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정유섭 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 1203명 중 기존 임직원 친·인척이 전날 공개한 것보다 8명 많은 33명으로 집계됐다. 남동발전은 청소·경비 등을 맡은 용역회사 비정규직 500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재직자 친·인척 7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이 아닌 직접고용 형태로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된 17명 중에는 친·인척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도 이날 추가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당은 "수서역 역장도 처와 처형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숨긴 것이 추가로 밝혀졌고, 수서역장 친구 또한 목욕탕에서 근무하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미 밝혀진 108명 외에 3명이 추가된 것"이라며 "추가되는 사람도 속속 들어오는 제보를 통해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모 역장의 며느리가 7급 정규직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제보와 전 서울지하철노조 지회장 아들이 전동차 정비직으로 일한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무기계약직 대거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의혹이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원 기자 / 창원 = 최승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