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앞줄 오른쪽 둘째)이 지난 14일 베트남 북부 남딘공장을 방문한 사회·경제 교사들과 함께 갓 생산된 원단을 만져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 ‘사회·경제 교사 베트남 현장체험 연수’에는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앞줄 오른쪽 셋째)이 동행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영원무역·오리온·외환은행을 보면서 기업가들이 한 사회에 얼마나 큰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경제가 국가의 문화·사회 수준을 견인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12~16일 진행된 ‘사회·경제교사 베트남 현장체험 연수’에 참여한 김종석 교사(충북 세광고)는 베트남의 역동성을 직접 체감하며 경제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과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는 매년 전국 초·중·고교에서 선발한 NIE(신문 활용 교육) 담당 사회·경제교사 40여 명에게 외국 산업 현장체험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이번 연수는 하나금융그룹과 정진기언론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베트남 하노이·박닌·남딘 등에 있는 산업·금융현장을 견학했다.
베트남 북부 남딘에 위치한 영원무역 생산공장에선 세계 의류업계의 ‘거물’ 성기학 회장을 만났다. “한국의 미래를 키우는 선생님 여러분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며 환한 미소로 연수단을 맞이한 성 회장은 3시간 동안 현장 곳곳을 누비며 교사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영원무역은 이곳에서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생산한다.
성 회장은 “베트남 젊은이 8000여 명이 일하는 이곳을 대학 캠퍼스처럼 운영하려 애쓰고 있다”며 “기업은 장기적으로 학교를 지향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릴 때부터 실용정신을 함양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교사 여러분들이 학생들을 위한 경제·금융교육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변영남 교사(경기 심석고)는 “베트남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성 회장의 기업가정신에 감명했다”며 “한국에 돌아가 학생들에게 해외 현장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모습과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베트남 특집 교육’을 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박닌 옌퐁산업단지에 있는 오리온 공장에선 위생을 위한 방진복을 입고 초코파이, 스낵 등의 생산과정을 견학했다. 오리온은 1조1000억원 규모인 베트남 제과시장에서 점유율 1위(18%)를 달리고 있다. 특히 파이시장에선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를 앞세워 점유율 60%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동호 오리온 베트남 공장장은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초코파이는 베트남 제사상에 올라가는 제수가 됐고 오리온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입사하고 싶은 3대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을 다해 베트남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했기 때문에 오늘의 오리온이 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베트남 니즈(needs)에 맞춰 제수용 초코파이 2개 들이 상품, 현지 매장 규모에 맞는 소규모 포장 등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초코파이는 전 세계 13개 공장에서 1분에 1만개, 1초에 165개씩 생산되고 있다.
교사들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이성식 교사(서울 종로산업정보학교)는 “하노이에는 제과점(베이커리)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리온이 진출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공장장은 “사실 호찌민 등 베트남 남부에는 베이커리가 많고 한국 기업들도 이미 진출한 상태”라면서 “프랑스 식민 시대를 거치며 바게트 등 빵문화가 발달해 베이커리 시장 규모가 큰 편”이라고 답했다.
교사들은 외환은행 하노이지점에서 베트남 금융시장에 대한 브리핑도 들었다. 김광억 지점장은 “한국은 그동안 베트남에 372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한 최대 투자국”이라며 “베트남은 35세 이하 인구가 70%에 달하는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미래가 상당히 밝다”고 말했다. 베트남 인구는 약 9300만명,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 수준이다.
이번 연수에 동행한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은 “젊고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빠른 속도로 쫓아올 것”이라며 “지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나중에는 자동차 구매자로 이어지는 등 미래에 매력적인 소비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쓰더라도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답은 경제·금융교육에 있다. 이번 연수에 함께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 참여 교사 이구동성
학생들에게 베트남특강 해야죠
지난 13일 베트남 박닌 옌퐁산업단지에 있는 오리온 현지 공장을 방문한 사회·경제 교사들이 위생을 위한 방진복을 입은 채 이동호 공장장(오른쪽)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이번 연수를 통해 보고 듣고 배운 생동감 있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경제 수업이 개념·원리 위주여서 너무 딱딱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알게 된 생생한 해외 진출 스토리 덕분에 이제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 (양윤덕 의정부고 교사)
“학교에서 경제·금융교육을 열심히 하겠다. 학생들이 잘 취업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많이 도와달라.” (안창미 인천세무고 교사)
“경제 교사를 자극하는 좋은 계기다. 다른 교사들과 지속적으로 경제교육 관련 정보를 교류하면 좋겠다.” (양현서 경기과학고 교사)
“다른 교사의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한나 지구촌학교 교사)
“이제껏 참여한 프로그램 중 이번이 단연 최고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가와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신태귀 천안여상 교사)
“‘틴매경TEST’ 등을 잘 활용해 학생들의 경제·금융 감각을 높여주겠다.” (변영남 심석고 교사)
[하노이·박닌·남딘 =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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