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를 응용한 36번 문제.
"미국 이자율이랑 중국 얘기 나왔고요. 메르스 문제도 나왔네요. 그래도 경제 개념 확실하면 알 수 있는 문제들이더라고요."
국가 공인 비즈니스 사고력 측정 시험인 `매경TEST` 문제가 경제·경영 학습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책 속의 이론적인 사항만 묻는 게 아니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 현실 세계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최신 이슈를 담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이디 `bi******`는 지난 22일 한 커뮤니티에 매경테스트(이하 매테) 제28회 정기시험(8월 15일 시행) 36번 문제를 화제로 삼았다. 이 문제는 최근 한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유행과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을 물었다. 메르스로 인해 수요가 급증한 마스크의 사적 가치(Private value)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에 대한 그래프를 주고 이를 분석하는 문제다.
보통 시장에서 재화 거래의 균형점은 공급곡선과 개인의 사적 가치(수요곡선)가 교차하는 곳이고, 사적 가치는 사회적 가치와 같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사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마스크는 착용자가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도 낮춘다. 이를 긍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이때 마스크의 사회적 가치는 개인의 사적 가치보다 더 크다. 따라서 정부는 마스크 품귀 현상에 기인한 가격 급등을 막고 마스크 거래량을 사회 최적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보조금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36번 문제는 이처럼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고 해당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물었다.
아이디 `mi*******`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를 다룬 43번 문제를 주목했다. 이 문제는 두 회사 간 합병과 이를 반대한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이슈를 다루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 기업 배당성향,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지표를 제시하고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표방하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들에 공격을 받기 쉬운 기업을 고르는 문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이 고성장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을 위한 배당에 소홀하고 주가가 시장 평균에 비해 낮은 기업의 경영진을 공격해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외적으로 주식 가격을 떨어뜨리려 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이들의 공격은 대상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활용해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여러 재무 조건을 조합해 보면 이들의 공격에 취약한 기업 상태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최근 벌어진 국내 조선사 분식회계 의혹 이슈를 반영 한 45번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이 문제는 다섯 가지 재무제표를 제시하고 실적을 포장하기 위해 회계적 조작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을 고르도록 했다. 또 중국 금리 인하에 대한 최근 기사를 제시하고 금리 정책의 배경이 되는 현지 경제지표 변화를 묻는 50번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후기를 남긴 응시자들은 매테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신 이슈를 다뤄 재미있고 관심을 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이디 `hi*****`는 "매테는 무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는 시험"이라며 "탄소배출권의 시장 가격을 계산하는 문제 등 어려운 것도 있지만, 아는 것들이 시험에 많이 나오는 즐거움이 있는 시험"이라고 전했다.
또 아이디 `wl*******`는 매테 공부법에 대한 후기를 전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재현 기자 / 김재진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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