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일자리 감소 충격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남성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만7000명 감소했지만 여성은 오히려 10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남성은 월 기준으로 봤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4만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일 정도로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 여성 고용 상황도 악화되고 있지만 2010년 1월(9만2000명 감소) 이후 8년 반 동안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이러한 일자리 온도차는 산업별·직업별 남녀 종사 비중 차이에서 비롯됐다.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 영향으로 일자리가 계속 사라지고 있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456만6000명 중 321만5000명(70.4%)이 남성이었다. 건설업은 취업자 198만8000명 가운데 180만8000명이 남성일 정도로 쏠림이 심했다.
반면 여성 취업자가 남성보다 많은 대표적인 산업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였다. 973만4000명 중 533만7000명(54.8%)이 여성이었다. 공공행정과 사회복지 서비스 관련 직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정부 지출을 늘려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점도 큰 특징이다. 실제로 5월 수치를 봐도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만8000명 늘었다.
직업별로 제빵원, 용접원, 자동차 정비원 같은 `기능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됐던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도 빼지 않고 취업자 수가 줄고 있는 직업군이다. 하지만 기능원은 여성 취업자가 33만1000명(13.9%·작년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86%는 고스란히 취업 한파를 그대로 겪고 있는 남성 취업자라는 얘기다.
남녀 차이가 드러난 또 다른 분야는 근무 시간이다. 작년 기준 남성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45.2시간이었고 여성은 39.6시간이었다. 여성 취업자 중 16.6%(남성은 7.9%)가 주 18~35시간 근무하는 직장에 다녔고, 7.7%(남성 3.3%)는 1~17시간 근무하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덜 받고 덜 일하는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20대 여성은 작년 10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등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나타난 부정적인 현상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0대 초·중반 여성 취업자가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급격히 감소해 지난달부터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업계에서는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관련 업무가 엄격해지고 과중해지면서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간호 관련 직업을 피하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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